
새 벽
詩 - 비전 -
어둠이 깊으면 깊을수록
허전한 가슴을 쓰라리게 떨며
너를 기다린다.
풀숲에 하찮게 뒹구는 낙엽위로
찬서리 내린지 이미 오래다.
잘못 들어선 골짜기에
혼돈의 함정은 깊고,
천애(天涯)의 절벽에 갇힌 듯
암울한 날들을... 헤아리며,
밤새도록 몸살을 앓는다.
알록달록한 붉은색 옷을 걸치고
어릿광대처럼 히죽거리면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모습으로
뻔뻔하고 오만하게 활보하는
저 사갈(蛇蝎)의 무리들이
암흑(暗黑)을 키우면 키울수록
너의 출현(出現)은 멀지 않았으니...
어떻게 일으켜 세운 역사(歷史)이며
어떻게 가꿔온 터전이던가.
그 숱한 질곡(桎梏)과 고난을 당하면서도
붉은 오랑케들이 침노했을 때
그 자옥한 포연(砲煙)속에서도
밝고 둥굴고 방정(方正)한 너의 모습을 찾으려고
얼마나 많은 선열(先烈)들과 용사(勇士)들이
목숨을 바쳤는가?
점점 다가오는
너의 발자국소리를 듣노니.....
의로운 희생(犧牲)을 헛되게 만들고
쇠똥구리처럼 역사의 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대명천지에 먹구름을 덮어 능멸하려는
저 어둠의 탈들을
한칼에 쳐 벗겨낼
너 용감한 새벽을 부르노라.
먼동이 틀 때,
질긴 시름을 걷워내고
지평선 넘어 둥근 태양(太陽)을 낳을
땅덩어리 어머니같은
너를 기다리노라.
2004. 10. 7. 비전
丕筌作名
음악: Scarborough Fair /Sarah Brigh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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