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樂器)
김 종 제
세상의 흉금을 울린다는
단 하나의 악기
당신이라는 나무를 베어
내가 만들었다는 악기
환상의 육체로 연주한 소리라
입술을 살며시 갖다대면
대금과 같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누르면
거문고와 같아서
그 무엇으로도 흉내낼 수 없다는
당신이라는 악기
어느새 꽃 피고 물 흐르듯
불현듯 바람 불고 단풍 들듯
그늘에서 한 순간
햇볕으로 나오는 저 소리
문득 달빛 비추고 별 반짝이듯
갑자기 눈 내리고 얼음 얼어버리듯
천상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
홍수에 계곡 무너져 내리는
저 비명의
눈사태와 같이
만장 펄럭이는 함성의
저 살 떨리며 소름 돋아나는 악기
몇 소절만이라도 들어보실래
지하 바닥까지 닿았다가
하늘 천장까지 솟구쳤다가
목숨 놓고 죽었다가
끈 하나 잡고 살았다가
온 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당신이라는
악기의 소리 한 번 들어보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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