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寒山)의 길
시: 비전
초록 깊은 산골에
종일토록 가는 비 내리고,
물안개 계곡에 일어
구름병풍을 드리우니
이 여름, 심심산천이
더욱 외롭다.
장마는 태풍을 몰아와
개울물소리, 바람소리 엉켜
떡갈나무숲으로 잦아든다.
땅의 노함을 들었는가,
깊은 한숨을 토해내듯,
쉬임없이 숲을 흔들어
몸부림이 가파르다.
아득한 산길에
인적 끊긴지 오래여,
기다리는 사람은 아직 오지 않고
빗줄기 사이로 어둠이 깔리네.
이 저녁, 비에 젖어
혼자 오솔길을 걸으며
시름시름 불러본다.
한산(寒山)의 노래.
아, 차갑고 차갑구나.
한산(寒山)의 길은...
2002. 7. 5. 丕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