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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명 비전 등록날짜 2013-07-31 조회수 6224
    제 목   해협산 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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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협산 독행(海峽山 獨行) 

    -물낀산 버섯의 노래-
      
      

      
      
      해협산을 나는 물낀산이라고 부른지 오래 되었다.
      
      팔당의 물길을 따라 강변을 끼고 차를 몰아본다면 그 기쁨이 잔잔한 
      물결처럼 넘치고, 가슴속의 답답함을 훌훌 털어내게 된다. 등산을 
      하면 중간에 등뼈같은 협록(狹麓)을 지나게 되는데 이때의 고독한 
      마음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선경(仙境)으로의 몰입이라 해도 좋을 것
      이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려온다 해도 짧은 시간에 다 마치고 즐거운 
      감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물낀산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광주군(廣州郡) 퇴촌면(退村面)과 남종면(南終面) 
      사이에 있는데, 예전에 이곳에 조선백자의 본산인 분원(分院)이 있어서 
      유명했던 곳이다. 팔당땜 위길을 지나 강을 따라 계속 돌아쳐서 금사리
      (金沙里)에서 오른쪽으로 꼬불치면 산쪽으로 향한다. 얼마나 석양에 빛
      나는 모래가 아름다웠길래 금모래마을인가. 수리울 재를 깔딱 넘어서자 
      그 앞에 떡 버티고 서있는 해협산(海峽山), 남한강이 감아도는 속에 우
      뚝 서서 굽어보는 그 자태가 늠늠하고 우람하기 그지 없다. 높이는 
      531.3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기 때문에 조용하고 
      아늑하고 온갖 약초가 많아서 나는 점점 이 산을 사랑하게 되었다. 
      
      우선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으니 외로울 것 같지만, 산을 혼자 탄상하고 
      있는 기분이 들면서 거기 살고 있는 많은 동식물이 다 친구로 다가온다. 
      아무리 가물었을 때에도 물이 흐르는 늪지가 있어서 독사(毒蛇)도 기어
      다니고, 다람쥐와 청설모, 나무사이 바위속으로 숨고,  꿩은 푸드등 날
      며, 놀랜 토끼는 노루처럼 튄다. 박새와 딱따구리, 열매와 벌레 쪼느라고 
      곁을 지나가도 모르고, 늘어진 덩쿨줄기에 열린 다래, 안개속에 피어나는 
      다양한 버섯, 도라지, 더덕, 사삼 , 당귀, 하수오, 심지어는 사약(賜藥)
      에 쓰는 초오라는 독초도 있다.
      
      봄에는 온갖가지 꽃이 만발한 속에 새소리 요란하고 풀냄새는 향기로우며, 
      여름에는 초입(初入)을 풀넝쿨들이 가로막아 사람들의 입산을 제지하니 
      더욱 적막하다. 가을에는 도토리와 토종밤이 지천으로 떨어지면서 어깨를 
      툭 치든지, 인기척 없는 풀숲에 돌던지듯 떨구는 소리를 낸다. 늦가을엔 
      낙엽이 우수수 지면서 퇴적되어 가랑잎 이불처럼 산길을 덮어 발자국따라 
      끊임없이 바스락소리를 내며 디디는 걸음마다 푹신하다. 겨울에는 눈보라
      가 휘몰아쳐서 산속이 온통 파도소리로 몸부림치듯 울고 아우성치는데, 
      그래서 산 이름에 바다 해(海)자가 들어가 있나보다 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 산의 버섯에 빠져버렸다. 봄부터 줄곧, 화두(話頭)
      가 있었다면, 수시로 피어나는 버섯을 볼 때마다 그 신묘하고 야릇한 
      모습에 끌리면서, 혼자 묻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버섯은 독버섯인가?, 먹을 수 있는 버섯인가? 한번 먹어볼까? 사람이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버섯을 볼 때마다 이런 유혹에 사로잡히게 만드
      는 것이다. 그래서 버섯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지만, 별로 잘 나와있는 게 
      없었다. 초등학교 과학공부수준으로 전문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버섯의 사진이 나와있어도 확실하게 독버섯인지, 아닌지를 밝혀놓지 
      않아서 더욱 답답하게 할 뿐이었다. 단지 독버섯을 먹으면 6시간에서 10
      시간 사이에 간과 위를 크게 상해서 죽음에 이르기 쉽다고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이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나는 독버섯을 
      먹고 죽어서 산신(山神)이 됨이 마땅하지 않은가? 그게 미련한 짓인가? 
      이런 생각에 빠져드는 일이 많아졌다. ---음, 진정으로 산신(山神)이 되
      고자 한다면---저 버섯을 먹어서 산의 정기(精氣)를 받지 않고서 어찌 
      산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그래서 몇 번 시험삼아, 독버섯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것을 골라서 한두개를 전부쳐 먹어봤지만 죽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는 독버섯이 아니야, 걱정마라]라고 명확한 대답을 
      해주는 것도 아니라서, 미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 가을에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배낭으로 한 보따리를 해오면서 아예 먹고 죽기로 작정을 했다. 이번에 
      해온 버섯은 [버섯도감]에도 없는 보랏빛이 영롱하고 크기도 손등만큼씩 
      큰 것들인데 그맛은 마치 느타리버섯과 비슷했다. 이제 죽지않고 이글을 
      쓰면서 버섯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으니 독버섯이 아닌 것은 분명
      해졌다. 그래서 앞으로 이 버섯을 [물낀버섯]으로 부르기로 했다. 산은 
      나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해주었다.
      
      


      물낀버섯의 노래 안개낀 날, 산신(山神)이 발자국을 남기고 가면 어김없이 버섯이 돋는다네. 누구든 선뜻 다가서지 못하니, 산속에 보아란 듯이 자태를 자랑한다. 그 버섯 앞에 서있는 네 모습이 초라하고 우습구나 그 가련한 인생이...그 무슨 대단한 목숨이라고 죽을까봐 그리 두려워하는가? 우습고도 우습다. 젊어서 뜻을 세워 꿈을 이루지 못하고 모래알속에 섞여 덧없이 보내놓고, 이제 눈에는 총기 사라지고 머리털은 희고 살가죽은 늘어지고 뼈마디에 기름기 빠지니 그 늙어가는 몰골이 차마 볼만하구나... 음~, 바보가 따로 없지. 그래, 오래는 살고 싶어서 산신(山神)이 주는 이 영험한 버섯도 함부로 먹지는 못하는구나. 그렇게 목숨이 아까우냐? 이 버섯은 잘 먹으면 장생불사(長生不死)요, 못 먹으면 당일즉사(當日卽死)니라. 불로초(不老草)더냐, 악(惡)의 꽃이더냐? 네 모습이 참으로 우습구나... 안개낀 날, 산신(山神)이 발자국을 남기고 가면 어김없이 버섯이 돋는다네. 너같은 사람들이 함부로 먹지 못하니 오늘도 풀숲에 유유히 자취를 남긴다. 2003. 11. 2. 비전
      丕荃作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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